2024/10/04 3

🟣황혼의 사춘기

1. 노년에도 바람은 분다. 누가 칠십대를 꺼져가는 등불이라 했나 바람 앞에 등불처럼 때로는  위태로운 나이지만 살아온 만큼 꿈도 많았고 만난 만큼 그리움도  많은데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약해지는 가슴이지만 아직도  해지는 저녁 무렵이면 가슴에선 바람이 분다. 이제는 날 무딘 칼날처럼 어느 가슴 하나 벨수없지만 바람소리 요란한  들판에 서면 알수없는 마음들이 날카로운 갈퀴를 세우고 어디론가 용감히 달려가기도 한다. 세상 모든 그리움이 저 혼자이고 마주하고 살아도 외로움 많던 시간들이 때로는 별밤에 울려 퍼지는 첼로 소리처럼 눈물겹지만 붙잡지  않아도 떠날 수 있고 기다리지 않아도 갈 수 있다. 눈물겹게 저무는 노을이라 했나 아직도 사랑 앞에 서면 북소리처럼 둥둥 울리는 가슴인데... 2. 아직은 바람이 ..

좋은 글 2024.10.04

[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의대에서 뭘 가르칩니까?

한 젊은 의사가 탄광촌의 의무실에 취직했다. 그는 의대 동기생 사이에서는 가장  형편없는 직장에 가게 된 셈이다. 동기들 중에는 교수를 바라보고 대학에  남은 경우도 있고 도시에서 의원 개업을 하기도 했다. 그가 탄광촌에 간지 얼마되지 않아 낙반 사고가 일어났다. 지하갱도가 무너진 것이다.  급한 연락이 왔다. 광부 한 명이 바위에 발이 깔려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선생님이 갱도 안으로 와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두렵고 싫었다. 그러나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 의료기구가 든 가방을 챙겨 들고 깜깜한 지하갱도로 내려갔다.  새까맣게 탄가루을 뒤집어 쓴 광부 한 명이 신음을 하고 있었다. 묵직한 바위가 그의  발목을 짓누르고 있었다. 우르릉하는 소리가 나면서 땅속이 흔들렸다. 얼음같은  지하수..

좋은 글 2024.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