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박국희 특파원
트럼프는 지난 6일 “오는 8~9일 지각을 뒤흔드는 소식을 발표하겠다”며 “무역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전 세계 언론은 트럼프 발언을 속보로 내보냈다. 관세가 아닌 또 어떤
폭탄이 터질지 추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8~9일 아무 발표도 없었다.
트럼프는 지난 3월까지도 “농담이 아니다”라며 미 헌법이 금지하는 대통령 3선 출마를
하겠다고 진지하게 강조했다. 미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이달 초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가 끝나면 백악관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당장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차기가 없는 ‘식물 대통령’이 된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지난 13일 트럼프는 전면전 직전까지 갔던 인도·파키스탄 분쟁에 대해 “무역을 지렛대
삼아 중재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분쟁을 멈추지 않으면 미국과 무역을 할 수 없다고
양국을 압박해 중재했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인도 정부는 “무역 논의는 없었다”며
트럼프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트럼프가 취임 후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하겠다는 관세에 대해 철회와 유예, 번복을
몇 번씩 반복했는지는 한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50%
관세를 오전에 예고했다가 오후에 철회하기도 했다. 몇 달간 노래 불렀던 전 세계
상호 관세는 4월 2일 부과 13시간 뒤 90일간 유예했다.
이쯤 되면 진작에 ‘양치기 노인’이 됐을 법도 한데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주는 권위
때문에 여전히 트럼프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전 세계를 뒤흔든다. 지난 12일 트럼프는
상호 관세를 115%포인트씩 서로 낮추기로 한 미·중 무역 협상이 최종 실패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럼 관세는 다시 인상된다”고 했다.
과연 이 말은 믿을 수 있을까.
TV쇼 진행자 출신 트럼프는 어떻게 답해야 주목을 끄는지 뼛속 깊이 아는 사람이다.
“김정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조만간 만날 수도 있다”고 답한다.
워싱턴 일각에서 90일간의 상호 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이 지나도 또다시 유예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 엄포가 서릿발 같던 지난 2월 일본 이시바 총리는 세계 정상 중 두 번째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했다. 이시바가 화려한 ‘아부의 기술’을 선보이는 동안 “한국은
뭐 하고 있냐”는 국내 원성이 높았다. 하지만 일본은 그 이후에도 어떠한 관세 예외를
받아내지 못했고 일본 언론들은 “트럼프에게 농락당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카메라 앞에 서면 기본적으로 한 시간은 말한다. 팩트와 상관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는 것도 많다.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해야 한다. 트럼프 말 한마디에
갈피를 잡지 못하며 허풍의 위력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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