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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입장문 전문

김정웅 2024. 12. 29. 10:03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

 

<국민께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50달러일 때 공직에 입문해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자랑스런 대한민국 정부의 공복으로 일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250달러이던 나라가
1000달러, 1만달러, 2만달러, 3만달러 시대를 여는 것을 보았고,
개발독재, 고도성장, 민주화를 차례로 경험하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이겨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나라, 이런 국민은 우리 밖에 없다고 생각해
늘 자랑스러웠습니다.

​저는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신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하여
여야가 합의하여 안을 제출하실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여야가 합의하여 안을 제출하시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왜 거부권은 행사하면서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런 말씀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님은
위헌요소와 부작용 우려가 큰 법안에 대하여
국회에 재의요구를 부탁드렸고,
국회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여야 합의 없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 헌정사에는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이
아직 한 분도 안 계십니다.
그만큼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님도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끝난 후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였습니다.

​저는 또한 ‘대통령 권한대행은 안정된 국정운영에 전념하되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기조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였습니다.

​이러한 기조에도 불구하고
헌정사의 전례를 뛰어넘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 위해서는
법률과 제도가 다 규정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정치적 슬기,
다시 말해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여야가 합의를 못할테니 그냥 임명하라”는 말씀은
헌정사의 전례를 깨뜨리라는 말씀이자,
우리 정치문화에서 더이상 토론과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만들라는 말씀이기에
깊은 숙고 끝에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번 비상계엄을 겪으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얼마나 놀라고 실망하셨는지
절절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헌법재판관 충원이 얼마나 시급한 사안인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헌법재판관 충원 못지않게
헌법재판관을 충원하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과 여야에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헌법과 법률, 그리고 우리 헌정사의 전례를 소중히 여기며
소통을 통한 합의로 이견을 좁혀가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오늘 국회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가결하였습니다.
여야 합의를 청하는 말씀에 대하여 야당이 합리적 반론 대신
이번 정부 들어 스물아홉번째 탄핵안으로 답하신 것을
저 개인의 거취를 떠나 이 나라의 다음 세대를 위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저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더이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하여
관련법에 따라 직무를 정지하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습니다.

​국무위원들과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은
평상심을 가지고 맡은 바 소임을
흔들림없이 수행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한평생 공직 외길을 걸으며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국정의 최일선에서 부족하나마 미력을 다해
국민 여러분을 섬길 수 있었던 것을
제 인생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출처:네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