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 황 혼

김정웅 2024. 5. 5. 07:02

< 시 이인호 >

 

 


늙어가는 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이 마음과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
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 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그리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 두리번 
찾아 봅니다.

앞 길이 뒷 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 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보다 
아름답다는 해넘이처럼,
그렇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 이인호 -

 

🍎아프지 말고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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