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엄상익 관찰인생(觀察人生)

김정웅 2024. 4. 12. 22:05

 

죽은 소설가(小說家)가 말을 걸었다

서가(書架)를 정리(整理)하다가 소설가(小說家) 최인호씨가 수덕사에 묵으면서 
쓴 에세이집을 발견했다. 그가 죽기 몇년전 쓴 글 같았다. 아마도 암(癌)이 
발견되기 전(前) 이었을 것이다. 투병기간(鬪病期間)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책속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곧 닥쳐올 노년기(老年期)에 내가 심술궂은 늙은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는것이 내 소망{所望)이다. 

무엇에나 올바른 소리 하나쯤 해야 한다고 나서는 그런 주책(誅責)없는 늙은이, 
위로(慰勞)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신체(身體)의 고통(苦痛)을 호소(呼訴)하는 
그런 늙은이에서 벗어날수 있는 지혜(智慧)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하나 더 바란다면 전혀 변치않는 진리(眞理)에 대한 뜨거운 

열정(熱情)을 죽는날까지 간직할수 있으면 좋겠다."

그는 지금은 땅속에서 한 줌의 흙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글이 되어 지금도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가 죽은 날 신문(新聞)에 난 사진이 아직 뇌리(腦裡)에 생생 (生生)하게 남아있다. 

미소(微笑)를 머금고 있는 서글픈 얼굴이었다. 그는 우리 시대(時代)의 아이콘 
같은 인물(人物)이었다. 청년(靑年)으로 영원(永遠)히 늙지 않을것 같았다. 

그는 희랍인(希臘人) 죠르바같이 항상 기뻐하고 춤을 추고 떠들것 같았다. 
그런 그가 늙음과 병(病) 그리고 죽음을 바로 앞에 두고 
침묵(沈默)을 말하고 있었다. 

노인(老人)에게 진리(眞理)란 그런게 아닐까?

지난 2년동안 실버타운에 묵으면서 노인들의 지혜(智慧)를 유심(有心)히 살펴보았다. 
대부분이 그림자처럼 조용히 살고 있었다. 밥을 먹을때도 혼자 조용히 밥을 
먹고 상(床)을 닦고 의자(椅子)를 제자리에 놓은채 말없이 사라지곤 했다.

내 나이 또래의 다정(多情)한 교장(校長)선생님 부부(夫婦)의 모습이었다.

밀차를 잡고 간신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노인을 봤다. 혼자 
고통(苦痛)을 참을뿐 아픔을 얘기하지 않았다. 자식(子息)들이 다 성공(成功)해서 
잘 산다고 하는데도 노인은 아들 얘기를 입에 담지 않는다.

젊어서 수십년 잠수부(潛水夫)로 깊은 바닷속에서 외롭게 일하며 아이들을 
키웠다는 노인이었다. 실버타운에 들어와 아내와 사별(死別)하고 
혼자 고독(孤獨)을 견뎌내는 노인도 있었다. 

아들과 손자(孫子)가 보고 싶지만 혼자서 참아내고 있는것 같다. 실버타운의 
시설(施設)이 아무리 좋아도 그의 마음은 가족(家族)과 함께 있다. 

그는 골프보다 손자의 손을 잡고 학교에 데려다줬으면 더 좋겠다고 했다. 
그는 평생(平生)을 비행기(飛行機)의 기장(機長)으로 승객(乘客)을 태우고 
지구(地球)의 하늘을 날았다고 했다.

깜깜한 밤하늘을 보면서 상자(箱子)같은 조종실(操縱室)에 혼자 있을때도 
외로웠었다고 했다. 의식(意識)있는 노인들의 불문율(不文律)은 
아픔과 고통(苦痛)에 대해 입을 닫는 것이었다. 

세상(世上) 남의 일에도 끼어들지 않았다.

며칠전 실버타운 로비에서 칠십대(七十代) 후반(後半)의 한 노인과 잠시 
대화(對話)를 나누었다. 하루 종일 몇마디도 하지 않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는 암수술(癌手術)을 하고 요양(療養)을 와 있었다. 그는 대학(大學) 재학중
(在學中)에 고시(考試)에 합격(合格)을 하고 승승장구(乘勝長驅)했던 
고위공직자(高位公職者) 출신(出身)이었다. 

젊은 시절 꽤 분위기(雰圍氣)있는 미남(美男)이었을것 같다. 
그 역시 삶의 마지막은 고독(孤獨)과 완만(緩慢)한 죽음이 
지배(支配)하는 바닷가의 실버타운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는 내게 품격(品格)있게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밥과 물을 안먹고 이십일을 견디면 정확하게 죽을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할 결심(決心)인것 같았다. 지혜(智慧)로운 노인(老人)들은 
품격(品位) 있게 죽는 방법을 고심(苦悶0하고 있는것 같다.

90대(九十代)의 한 노인(老人)은 실버타운은 무의식(無意識)의 먼나라로 
향하는 사람들이 잠시 스치는 대합실(待合室)이라고 했다. 

서로서로 어떤 인생(人生)을 살고 어떤 길을 왔는지 서로 말하지 않는다. 
눈 인사(人事) 정도를 할뿐 자기 자리에 말없이 앉았다가 자기 차례가 

오면 조용히 영원(永遠)한 목적지(目的地)를 향해 간다고 했다.

나는 '인생'이라는 소설(小說)의 결론(結論) 부분(部分)을 읽고 있는것 같다.

아름다운 꽃도 언젠가는 시들듯 사람도 늙고 병(病)들어 죽는다. 젊은날의 
성취(成就)와 실패(失敗) 웃음과 고민(苦悶)은 시시각각(時時刻刻) 
변하는 스크린을 스치는 장면(場面)들이 아니었을까?

내 몸은 나의 영혼(靈魂)이 이 세상을 타고 지나가는 
자동차(自動車)가 아니었을까?

인생의 결론 부분에 와서 젊은 날을 돌이켜 본다. 
그때의 고민(苦悶)들이 정말 그렇게 심각(深刻)한 것이었을까.
 
젊음과 건강(健康) 그 자체(自體)만으로도 축복(祝福)이었는지를 몰랐다. 
늙어보니까 젊은날 추구(追求)하던 돈과 명예(名譽) 
지위(地位)가 다 헛되고 헛되다. 

퇴근(退勤)을 하고 저녁에 아들 딸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집으로 들어가 나누어 먹으면서 활짝 웃을때가 행복이었다.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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