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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벙 주초(柱礎)

김정웅 2025. 6. 12. 00:06

 

둥글넓적한 자연그대로의 돌을 다듬지 않고 건물의 기둥 밑에 놓은 
주춧돌을 덤벙 주초(株礎)라고 부른다.

​어느날 오랫만에 내 얼굴을 본 할머니가 물으셨다.
“얼굴이 왜 그렇게 어둡냐?”

​할머니는 한 쪽 눈을 실명하셨고, 목소리를 통해서 사람을 분간하실 정도로, 
다른 쪽 시력도 안 좋은 상태였다.

그런 할머니의 눈에 손자의 힘든 얼굴이 비친 모양이다.
​“너무 걱정마라. 때가 되면 다 잘 풀릴 거니께, 세상은 덤벙덤벙 사는 거니라.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지치고 힘든 나였다. 
하지만 덤벙덤벙 살라는 말은 꽤 인상적으로 마음에 꽂혔다.​

물론 그게 어떤 삶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몇년이 흘렀다. 
책을 읽다가 우연히 ‘덤벙 주초(柱礎)’란 것을 알았다.

강원도 삼척에 “죽서루(竹西樓)”라는 누각이 있다. 특이한 것은 그 누각의 기둥이다.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한 것이다.

​길이가 다른 17개의 기둥으로 만들어졌다. 숏다리도 있고 롱다리도 있다. 
이렇게 초석(礎石)을 덤벙덤벙 놓았다 해서 ‘덤벙 주초(柱礎)’라 불린다.

순간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세상은 덤벙덤벙 사는 거야...”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 놓을 줄 아는 여유가 놀랍다.

​그래서 할머니의 말뜻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세상은 평탄하지 않다. 반반하게 고르려고만 하지 마라

‘덤벙 주초(柱礎)’처럼 그 때 그 때 네 기둥을 똑바로 세우면 그만이다.
​그렇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가만있지 않고 흔들거립니다.

흔들리는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마음의 기둥을 잘 세워야 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서둘지 말고, 조급하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만의 삶을 살아갈 일입니다.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 우거진 풍성한 6월입니다.
활기찬 한 주 시작하시길~*♡*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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