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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의 "초혼(招魂)"

김정웅 2025. 4. 13. 00:15

 

[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가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