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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시' / 박노해

김정웅 2026. 1. 11. 00:02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이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