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동 야구장 덕아웃에서 튀어나온 "스타벅스 가야지" 한마디. 그 대가는 참으로 스펙터클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10대 소년들의 손에서 6개월간 야구 방망이를 압수해버렸다. 대학
진학과 드래프트가 걸린 학생 선수에게 반년 출전 정지는 사실상 '야구계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철없는 농담 한 번에 단두대를 대령하는 이 지독하고도 신속한 엄숙주의.
이 숨 막히는 촌극 한가운데로 이준석이 폴짝 뛰어들어 이 작위적인 엄숙주의의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아주 영악하고 얄미운 직구를 꽂아 넣었다. 그것도 아주 비겁하게도(?)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팩트'로 권력자들의 뼈를 후려쳤다.
그의 과녁은 투명하다. 술 거나하게 드시고 선배 패고, 말리는 시민 패고, 출동한 경찰까지
두들겨 팬 뒤 "5·18 트라우마 때문"이라며 눈물짓던 서울시장 후보. 5·18 전야제 날, 광주의
룸살롱 '새천년 NHK'에서 아가씨들과 양주잔을 부딪치며 피 끓는 밤을 보냈던 어른. 그중 한
명은 지금 이재명의 든든한 비호를 받으며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1순위 후보로 떵떵거린다.
기가 막힌 대비 아닌가. 어른들이 룸살롱에서 양주를 까고 주먹질을 하는 건 민주화 투사들의
'거룩한 트라우마'로 우아하게 세탁된다. 그런데 10대 고등학생들의 객기는 5·18을 모독한
대역죄가 되어 인생이 도축당한다. 룸살롱 마이크는 놔두고 고등학생의 글러브만 뺏는
이 경이로운 이중잣대 앞에서는, 분노를 넘어 헛웃음이 팝콘처럼 터진다.
이준석의 일침은 솔직히 가끔은 얄밉다. 깐족거리는 특유의 화법이 얄밉긴 해도, 가려운 곳을
효자손으로 박박 긁어주는 타격감만큼은 부인할 재간이 없다. "어른들이 그 모양인데
애들이 뭘 보고 배웠겠냐"는 그의 지적은 100점 만점에 200점짜리 정답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다. 역사를 자기들 밥그릇과 룸살롱 안주로 전락시킨 진짜 주범들은
여의도에서 금배지나 도지사가 되서 떵떵거리는데, 만만한 10대 소년들만 제단 위에 피를
흘린다. 5·18의 숭고함을 진짜 짓밟고 있는 건 아이들의 철없는 춤사위인가, 아니면 이
부끄러움 없는 꼰대들의 뻔뻔한 내로남불인가. 어른들이 쥐고 흔드는
징계의 칼자루에서, 퀴퀴한 썩은 내가 진동을 한다.
ㅡ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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