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가 늙어간다는 것은, 인생의 모든 소란이 지나간 뒤 둘만 남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노년의 부부에게 “잘 산다”는 말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늙어서 잘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젊을 때는 서로를 고치려 든다. 말버릇, 생활습관, 성격까지도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깨닫게 된다.
이 사람은 평생 이 모습으로 살아왔고, 이제 와서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그때 필요한 건 설득이 아니라 수용이다. 고치려는 것보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길 줄 아는 여유가 노년의 평화를 만든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다.
하루 종일 함께 있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자만의 세계가 있을 때, 함께하는 시간이 덜 답답해진다. 서로의 시간을
침범하지 않되, 필요할 때는 언제든 손을 내밀 수 있는 거리.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그 간격이 늙은 부부를 오래 함께 있게 한다.
노년의 부부에게 대화는 양보다 온도가 중요하다. 하루에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말 한마디가 차갑지 않아야 한다. “그것도 못 하냐” 대신 “괜찮아,
천천히해” 라고 말할 수 있는가. 피곤한 날에는 해결책보다 공감이 먼저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은 점점 불친절 해지는데, 집 안에서까지
마음이 다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서로의 늙음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전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고,
기억이 흐릿해지고, 성격이 더 고집 스러워 질 수도 있다.
그 변화 앞에서 실망하기 보다는, “그래도 여기까지 같이 왔구나” 하고 인정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늙는다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 과정을 함께 겪는 동반자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
그것이 사랑의 마지막 형태일지도 모른다.
잘 사는 노년의 부부는 대단한 이벤트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아주 사소한 일들을 놓치지 않는다.
아침에 먼저 끓여주는 커피 한 잔,
병원 갈 때 자연스럽게 잡는 손, 말없이 건네는 담요 한 장.
그런 것들이 쌓여 “이 사람과 늙어도 괜찮다”는 확신이 된다.
결국 늙어서 부부가 잘 산다는 것은,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덜 미워하는 법을 배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큰기대를 내려놓고, 작은 고마움을 자주 떠올리는 것. 인생의 마지막
구간에서 서로에게 짐이 아니라 의자가 되어 주는 것.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존재가 된다는 것.
그 정도면, 충분히 잘 살고 있는것이다.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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