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의 모든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나는 오늘 이 삶을 지나가는 사람으로서
작은 고백 하나 남기고자 합니다.
매일 세수하고, 단장하고, 거울 앞에 서며 살아왔습니다.
그 모습이 '나'라고 믿었지만, 돌아보니 그것은
잠시 머무는 옷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는 이 몸을 위해 시간과 돈, 애정과 열정을 쏟아붓습니다.
아름다워지기를, 늙지 않기를, 병들지 않기를,
그리고… 죽지 않기를 바라며 말이죠.
하지만 결국 몸은 내 바람과 상관없이 살이 찌고,
병들고, 늙고,기억도 스르르 빠져나가며
조용히 나에게서 멀어집니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내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도, 자식도, 친구도, 심지어 이 몸뚱이조차
잠시 머물렀다 가는 인연일 뿐입니다.
모든 것은 구름처럼 머물다 스치는 인연입니다.
미운 인연도, 고운 인연도 나에게 주어진
삶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니 피할 수 없다면 품어주십시오.
누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하겠다는 마음으로 나서십시오.
억지로가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오늘, 지금 하십시오.
당신 앞에 있는 사람에게 당신의 온 마음을 쏟아주십시오.
울면 해결될까요?
짜증내면 나아질까요?
싸우면, 이길까요?
이 세상의 일들은 저마다의 순리로 흐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흐름 안에서 조금의
여백을 내어주는 일입니다.
조금의 양보,
조금의 배려,
조금의 덜 가짐이
누군가에겐 따뜻한 숨구멍이 됩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세상을 다시 품게 하는 온기가 됩니다.
이제 나는 떠날 준비를 하며,
이 말 한마디를 남기고 싶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내 삶에 스쳐간 모든 사람들,
모든 인연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세상에...
"나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들이
정말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이 삶은 감사함으로 가득 찬 기적 같은 여정이었습니다.
언제나 당신의 삶에도 그런 조용한 기적이
머물기를 바라며 이 편지를 마칩니다.
- 프란치스코(1936~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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