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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알래스카!

김정웅 2025. 8. 21. 00:05

 

알래스카를 여행하다 보면 눈과 귀에 가장 많이 다가오는 단어가 '수워드(Seward)'일 것입니다.
'수워드'라는 항구가 있고, '수워드 하이웨이'라는 고속도로도 있습니다.
마치 한국에서 '세종'이라는 이름이 여기저기 쓰이는 것과 같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알래스카는 1867년 美 정부가 제정 러시아에게 단돈 720만 달러를 주고 사들인 
땅입니다. 요새 한국 돈으로 단순 환산하면 80억 원 정도이니 강남의 큰 평수 아파트 몇 채 
정도면 너끈히 지불할 수 있는 돈입니다. 그러나 150년 전의 달러 가치로 보면 
미국 정부가 부담하기에도 벅찬 거액이었을 겁니다.

​알래스카 매입을 주도한 인물은 윌리엄 수워드(William H. Seward) 당시 국무장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광대한 서부 개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이어서 그런 거금을 주고 얼음 
덩어리인 알래스카를 사겠다는 수워드의 결심에 의회와 언론은 매우 부정적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의회와 언론은 알래스카를 '수워드의 아이스박스'라며 조롱했고, 그 거래를 '수워드의 
바보짓거리'(Seward's folly)라고까지 말하며 비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얕은 생각이나 말에 개의치 않고 미국의 미래를 내다보며 알래스카의 
전략적 가치를 평가했던 수워드 장관은 사면초가의 상황을 극복하고 
끝내 이 땅을 매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난 후에 사람들은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알래스카를 매입한 덕분에 미국은 알래스카 땅 면적과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태평양을 
내해처럼 사용하며 '팍스 아메리카'의 세계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만일 수워드 장관의 예지력이 없었다면 알래스카는 여전히 러시아의 땅으로 남아 지금쯤은 
수천개의 핵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배치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물론 당시 수워드 장관은 핵무기나 핵잠수함 시대를 예견하지 못했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니 수워드 장관은 알래스카 사람들에겐 '그 땅의 조지 워싱턴'과 같은 
존재라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수워드가 그 땅을 매입할 당시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처음 국무장관에 임명한 사람은 링컨 대통령이었습니다.
수워드와 링컨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한 때 치열하게 싸웠던 경쟁자였습니다.

​수워드는 당시 링컨보다 훨씬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정치인이었습니다.
20대 약관의 나이에 뉴욕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에 각각 두 번씩 당선되었으며, 젊은 변호사 
시절부터 흑인 인권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정도로 앞을 내다보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모로 보나 지명도에서 앞섰던 수워드에게 중서부 변방 출신의 링컨이 도전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공화당 후보 지명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링컨이 승리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비유하자면 화려한 이력의 서울시장이 지방 출신 국회의원에게 당한 꼴입니다.

​하지만 패배한 수워드는 美 전역을 돌며 얼마 전까지 경쟁 상대였던 
링컨을 지원하는 유세에 열성적으로 나섰습니다.

이를 고맙게 여긴 링컨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그에게 
국무장관 자리를 제안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수워드와 링컨의 관계가 그토록 부럽게 느껴지는 것은 자신보다 화려한 경력을 
지닌 경쟁자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한 링컨의 배포와 도량, 그리고 한 때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벌였던 링컨의 제안을 받아 들여, 그 밑에서 국무장관으로 자신의 조국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봉사했던 수워드의 자세입니다.

​링컨이 미국인에게 위대한 것은 두 동강 났던 나라를 하나로 통일했기 때문입니다.

수워드가 훌륭한 것은 이 혼란의 시기에 미국의 장래를 내다보며 
국가의 외연을 넓혔기 때문입니다.

​역사에서 만약(if)이라는 가정은 쓸데없는 일이지만, 링컨과 수워드가 없었다고 가정해본다면 
오늘날 미국의 모습은 지금과 전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국민들이 눈 여겨보아 뽑아준 정치인 개개인의 정치 철학과 비전은 뱃지를 달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지고, 지독한 근시라서 멀리 앞을 보지 못한 채 각 정파의 진영 논리에 함몰되어 소모적인 
진흙탕 싸움을 반복하는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보면서, '우리 시대의 링컨 같은 통 큰 대인, 
우리 시대의 수워드 같은 선견자는 과연 어디 있습니까?'라고 하늘을 향해 외쳐봅니다.

(출처: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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