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학교’란 이름의 시절 어느 학교에 6학년 1반을 새로 맡게 된
담임선생님이 반 학생들 가정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아이들에게 물었다.
전축이 있는 집~~?
전화가 있는 집~~?
텔레비전이 있는 집은~?
손들어요.~!
그러나 정수는 한 번도 손을 들지 못했다.
가난해서 그런 것들이 집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이번엔 질문을 반대로 했다.
라디오가 없는 집~~?
그러자 정수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나 자신만이 손을 들고 있는 걸 알게 된
정수는 너무나 부끄러웠다.
몇 주 뒤 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오시기로 한 날
가난이 부끄러웠던 정수는 집을 나와 이리저리 배회하다
선생님이 가신 후 집으로 돌아와 보니 뜻밖에도
집에 라디오가 있었다.
큰 건전지를 라디오에 고무줄로 둘둘 묶어서
쓰는 성능이 꽤 괜찮은 라디오였다.
엄마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샀다고 했다.
날아갈 듯이 기뻤던 정수는 그날 이후 날마다
라디오를 품에 끼고 살았다.
라디오를 통하여 세상 소식을 들었고
좋아하는 노래도 마음껏 들었으며
밤마다 아름다운 사연을 속삭이듯이 전해주는 DJ 아저씨의
달콤한 목소리에 반해 자신도 언젠가 방송국
PD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갔다.
그런데 정수는 그 라디오가 담임선생님이 사 주셨다는
걸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선생님이 혹시라도 제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까 봐 어머니에게
정수에게는 절대로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기 때문에
어머니는 이제껏 그 사연을 숨겨왔던 것이었다.
제자에 대한 선생님의 진실한 사랑을 깨닫게 된 정수는
라디오를 부여잡고 한참을 울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시는 바람에
소식이 끊어지고 말았다.
정수는 선생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마침내 방송국에 취직했고
꿈에 그리던 PD가 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맡게 된 정수는
그렇게 만나 뵙고 싶었던 선생님을 40여 년 만에 만날 수가 있었다.
초로(初老)에 접어든 선생님을 만나는 순간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선생님이
주셨던 한 대의 라디오였음을 고백하며 정수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렸고 훌륭하신 선생님과 착한 제자는 함께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울었다.
스승과 제자의 입에서 똑같은 말이 나왔습니다. 선생님은 ‘고맙다’라는 말씀이었고,
제자는 두 글자가 많은 ‘고맙습니다!’라는 말이었다.
그날 밤 정수가 선택한 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당시 최고의 히트를 기록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 주었던 명곡,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Bridge over troubled water)”라는 곡이었다.
가난했던 제자에게 몰래 라디오를 사줌으로써 새로운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선생님의 아름다운 마음에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도 사랑하는 하루되세요~!!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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