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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저축하는 것이 아니다

김정웅 2024. 4. 1. 08:42

 

어느 날.
미래의 거울 앞에 선 나와 마주친 적이 있다.
표정이 그믐달 속에 묻힌 구름처럼 어두웠다.
미래 앞에 선 내 민낯의 단어는 '불안함'이었다.

언젠가부터 불안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돈이 있어도 불안하고 없어도 불안했다.
좋은 사람이 있어도 불아하고 없어도 불안했다.

당장 써먹을 돈과
당장 옆에 좋은 사람이 있어도
마음대로 써먹지도 누리지도 못하며
그저 창고에 쌓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막상 뒤늦게 돌아보면
이미 쓸모를 잃은 채 낡아 바래져 있었다.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지 모른다.
누릴 수 있는 기쁨이 늘어난 게 아니라
불안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가혹한 시간만
끝없이 연장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어차피 삶은 불안의 연속이다.
차라리 지금을 웃게 하고 지금을 살아가자.
행복은 생길 때마다 곧바로 다 써버려야 한다.

행복은 저축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내일의 행복마저 당겨 써도 좋다.
내일의 행복은 내일이 밝으면
그때 다시 만들면 그만이다.


오평선 지음..."그대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