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예술 /우리 문화재

김영복 대표가 말하는 최고의 글씨

김정웅 2025. 5. 30. 00:08

최고의 글씨란 기교가 아니라… 세상을 위해 나를 버린 사람의 글씨

 

고서화와 50년 함께한 김영복 문우서림 대표
명작 80점 엄선한 '옛것에 혹하다' 펴내

 

안중근, ‘세심대’. 1910년.

 

김영복(71) 문우서림 대표는 2006년 4월 2일을 잊지 못한다. 서울 인사동에서 잔뼈 굵은 그가 
KBS ‘TV쇼 진품명품’ 감정위원으로 출연한 지 1년쯤 됐을 때다. 소실된 것으로 알려진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 실물이 이날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다산이 강진으로 유배 갔을 때 
아내 홍씨가 보내온 치마를 잘라 두 아들과 손자에게 주는 당부를 적은 서첩이다.

“의뢰인은 이게 얼마나 대단한 유물인지 모르고 스튜디오에 도착했습니다. 소장 내력도 

놀라웠지요. 2년 전 파지를 수집하는 할머니의 수레에 있던 서첩을 의뢰인이 

경기도 수원 공사장 파지와 바꿨다는 겁니다.

 

날 ‘하피첩’ 감정가를 1억원으로 평가했더니, 의뢰인이 너무 놀라서 운전도 제대로 

못 했다고 해요.” 소장자는 이후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작품을 시장에

내놓았고, 지금은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 '하피첩' 일부. 1810년.

 

추사가 쓴 '계산무진'. 165.5×62.5㎝.

 

진재 김윤겸, '농수정'. 18세기.

 

“제가 생각하는 잘 쓴 글씨는 유명한 서예인이 쓴 글씨죠. 좋은 글씨는 부모와 스승의 글씨, 
내가 존경하는 분의 글씨 같은 것이고요. 그보다 더 좋은 글씨, 가장 좋은 글씨는 남을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살다 간 분들의 글씨입니다. 그런 면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묵은 최고의 
기술을 지닌 서예가도 따라가기 어려운, 좋은 글씨의 표상입니다.”

 

서울 인사동 부남빌딩 문우서림에서 만난 김영복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