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및 뉴스

“내가 광장에 나온 이유는…” 분노한 2030세대의 목소리

김정웅 2025. 3. 16. 10:05

계엄이 낳은 ‘앵그리 Z세대’
“尹담화문 발언 믿어… 탄핵 막으려 싸울 

 

20대 보수 청년인 숭실대 4학년 최형준 씨가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정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캠퍼스 정문 앞. 숭실대 4학년 최형준(가명·25) 씨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외쳤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이다. 대통령을 지키자!” 이날 최 씨를 비롯한 대통령 지지자와 
탄핵 찬성 측 시위대 100여 명은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빨갱이는 북한으로”, ”내란동조 세력 꺼져라”라고 소리쳤다.

최 씨가 처음부터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만 해도 최 씨는 대통령을 비판했었다. 그날 새벽에 느꼈던 공포 때문이다. 
집에 머물고 있던 최 씨는 국회로 날아가는 헬기의 굉음을 들었다. 그는 “계엄군과 
시민들이 국회에 몰린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됐다”고 회상했다.

최 씨가 180도 달라진 건 지난해 12월 12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본 순간부터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과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이 마비됐으며 경고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의문이 든 최 씨는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 
신문 기사들을 매일 1∼2시간씩 뒤져 봤다. 며칠 뒤 최 씨는 윤 대통령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는 민주당 등 야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1월 7일 최 씨는 생전 처음 정치적 의사 표현에 나섰다.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학생회관, 인문대 등 게시판들에 대자보를 붙이고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주도했다. 그가 쓴 대자보에는 “반국가세력의 실존을 심각하게 깨달았다”, 
“부당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관할 법원이 아닌데도 영장을 
발부한 사법부를 규탄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후 최 씨의 유튜브 알고리즘엔 보수 성향 정치 유튜버들의 영상이 많아졌다. 계엄 전에 
즐겨 봤던 게임, 독서, 음악 영상들은 목록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최 씨는 ‘선거관리위원회 
부정선거 의혹’ 등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선거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새로운 고정 일과도 생겼다. 유튜브와 언론사 뉴스를 1시간 40분 동안 차례대로 보는 것이다.
정치 글이 많이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도 정독한다. 최 씨는 “유튜브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다. 유튜브가 기존 언론보다 맥락을 더 많이 설명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최 씨는 또래 친구를 만나 노는 것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막는 일이 주된 관심사가 
됐다. 탄핵 외에 다른 얘기는 재미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최 씨는 “호남 출신인 아버지는 
‘아들이 유튜브 가짜뉴스와 음모론에 심취했다’고 생각하지만 난 소신대로 탄핵 저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