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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교수 "정말 사랑한다면 자녀의 '이것' 소중히 여겨라"

김정웅 2022. 11. 22. 18:31

김형석 교수

‘103세 철학자’ 연세대 김형석(철학과) 명예교수는 가슴에 품고 사는 ‘설교 한 편’이 
있다. 신학자나 목사의 설교가 아니다.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의 마지막 설교다. 
당시 김 교수는 열일곱 살이었다. 신사참배 문제로 고민이 많을 때였다.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평양 근처의 송산리 교회에서 도산 선생의 설교를 들었다. 그는 ‘서로 사랑하라’고 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건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사랑해주시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전까지 나는 그런 설교를 들은 적이 없었다. 목사님들은 주로 교회 이야기를 
했으니까. 저 어른은 애국심이 있어서 기독교를 저렇게 크게 받아들였구나 
싶었다. 신학자다, 장로다, 목사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더라. 
신앙에도 그릇의 크기가 있더라.”

도산의 설교는 10대였던 김형석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신앙에도 ‘그릇의 크기’가 

있음을 깨닫게 했다. 그릇이 작으면 작은 신앙을 갖게 되고, 

그릇이 크면 큰 신앙을 갖게 됨을 알게 했다.
  
마주 앉은 김 교수는 “나는 개신교 안에 있지만, 교회주의는 아니다”고 말했다. 은퇴하기 전 
연세대에 있을 때 학생들로부터 종종 이런 질문을 받았다. “스님이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있는데, 왜 목사님이나 신부님이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없나요?” 그때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그 책들이 교리를 이야기하지, 인생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교수에게 교리는 작은 신앙이고, 인생은 큰 신앙이다. 이유가 있다. “예수님은 인생을 
이야기했다. 교리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예수 당시의 교리가 뭔가. 계명과 율법이다. 
예수님은 그걸 거부했다. 대신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다. 그렇게 인생을 말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예수의 메시지는 사람들의 삶을 위한 것이지, 
계명과 율법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김형석 교수는 일본의 조치(上智) 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가톨릭계 학교였다. 가톨릭 
신부인 한국인 유학생도 여럿 있었다.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었지만, 장벽을 느꼈다. 
그분들은 교리를 앞세웠다. 개신교와 가톨릭은 가까워질 수가 없었다. 제가 3학년 
때 한국인 신부가 철학과 1학년 후배로 새로 들어왔다. 김수환 추기경이었다. 
그는 달랐다. 교리를 말하지 않고, 인생을 이야기했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하나의 나무에서 올라온 두 개의 가지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랬다. 
우리 둘은 이야기가 너무 잘 통했다.”
   
두 사람이 믿는 종교는 달랐지만, 두 사람이 믿는 진리는 하나였다. 인터뷰를 하던 

김 교수는 마주 앉은 기자에게 되물었다. “진리가 왜 존재하는가?” 잠시 후에 

김 교수가 답을 내놓았다. “인간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다. 

그건 아이들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다.”

궁금했다. 아이를 키울 때는 늘 고민이다. 통제와 자유, 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찾아야 할지 말이다. 김 교수의 답은 달랐다. “사람을 사랑하는 첫째 조건이 뭔지 아나. 
그 사람의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는 거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아이의 자유를 정말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그러니 선택권을 주라고 했다. 어려서도 그렇고, 커서도 그렇다고 했다.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말하는 대신 “살아보니 나는 이렇더라. 너는 어떠냐?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다. 선택은 네가 해라.” 그렇게 자유를 주라고 했다. 아이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진짜 사랑을 모른다고 했다.
  
 “자식이 어릴 때는 보호하는 거다. 지켜주는 거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사춘기까지는 

손잡고 같이 간다. 나란히 걷는다. 스승과 제자처럼 말이다. 성인이 되면 달라진다. 

아이를 앞세우고 부모가 뒤에 간다. 그때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더 좋은 것이 있다면 네가 선택해서 해라’.”
   
김 교수는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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