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역사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흐르게 했던 왕은 태종(太宗) 이방원 55세 향년이었다.
방번, 방석 어린 형제는 물론 개국공신 정도전부터 처가 민 씨 집안까지 완전히
도륙을 냈던 이방원이었다. 필자는 지금도 그 잔인함에
차마 경어를 쓸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왜 태종이라는 시호가 붙었는지, 시호에 클 太자가 붙는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를 이어 그 자식 이방원에게도 클 太자가 붙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식이 아버지와 같은 반열에 오른 이유는 무엇인가를 알고 싶었다.
시호는 왕의 붕어(崩御) 후, 후인들이 붙인다.
후세의 인물, 즉 세종과 그 신하들은 이방원이 태조 이성계와 같은 동급의 왕이었다는 평가를
한 것이 분명하다. 이방원은 정도전과 사림세력들이 추구했던 신권정치 (臣權政治)에
맞서 왕권정치 (王權政治)를 정립하고 수호했던 인물이다.
이에 반대하거나 왕의 권위에 위협이 될 기미가 보이는 자들은 모두 주살(誅殺)하였다. 신하는
물론 친가와 외가, 처가의 처남까지 예외가 없었다. 태종은 왕권이 확고해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모른다. 이 피비린내 속에서 왕의 자리에 환멸을 느낀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이 물러나고, 훗날 세종대왕이 된 충녕 대군에게 이방원은
모든 걸림돌을 제거해 줄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후에도, 군사에 관한 일을 보고하지 않았다 하여 죽임을 멈추지
않는다. 왕권에 맞서거나, 장애가 될 모든 인물을 제거한 이 방원. 그리하여 아들 세종은 부친이
닦아놓은 탄탄대로의 길에서 5000년 민족역사에 남는 최고의 치적을 이룬다. 훈민정음 창제부터
6진 개척, 대마도 정벌, 장영실의 과학까지, 참으로 눈부신 날을 이룬 것이다. 필자가 이방원에
태종이라 붙인 이유에 함구하고 미움을 푼 것은, 태종의 다음과 같은 말이었다.
"10명의 신하가 있다고 치자. 그 중의 한 명은 틀림없는 충신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 한 명은
반역을 꿈꾸는 역적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8명은 누구일까.“ 필자는 태종의 다음 말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리고 왜 그가 클 太자를 쓰는 임금인가에 대한 의문을 풀었다. "나머지 8명은,
내가 강하면 충신이 되고, 내가 약해지면 역적이 된다.“ 이방원의 고뇌와 처갓집까지 멸문을
시킨 그 번뇌를 이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국가를 경영하는 자가
맞이해야 할 슬픔이요, 고독이 아니겠는가.
박근혜의 몰락 속에서 발견한 것은 돌아선 8명이었다. 김무성이 그랬고 이정현이 그랬고
유승민, 이준석이 그랬다. 평소엔 입이 닳도록 충성을 약속하던 자들이었지만,
그들은 돌아섰다. 그들은 비박과 친박이란 이름으로 당쟁싸움에 골몰했을 뿐,
주군의 위기엔 무기력한 존재였고 배신자들이었다.
지금 윤석열 정부에도 1명의 충신과 1명의 역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8명의 기회주의자가
있으리라. 현재를 미루어 판단컨대, 아직까지 대통령은 쓸만한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없으니, 사람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람을 바꾸지 못하니,
정부조직을 완성할 수 없다. 보다 널리 사람을 구해야 하지만, 참모진과 여당은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성의와 집념을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언제든 등을 돌릴 8명 속엔 참모진도 포함된다고 본다.
그들은 부림을 받을 사람들이지, 목숨을 바쳐 대통령을 옹호할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므로 박근혜의 김기춘 비서실장같은 절대의 충성을 보일 사람은 누구일까.
믿음을 속단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윤 석열 대통령께서 그 8명을 끝까지
믿고 싶어 한다면, 당신은 지금 누구보다 강해져야 한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5년을 맡아야 하는 그 위대함은, 한마디로 고독이다. 위대한 고독.
밥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숨 쉬는 것조차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고독이다.
600여 년 전 태종 이방원의 고독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에겐, 오직 역사의 벌판에 홀로 선 고독만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으리라.
윤 석열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 대한민국의 실패와 성공으로 직결된다.
우리네 삶의 행복과 불행은 국가의 행불행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소훼란파(巢毁卵破)~둥지가 무너지면, 그 안의 알들도 무사하지 못한다. 우리네 삶의
둥지를 책임지는 대통령, 그래서 우리는 대통령을 존중하고, 대통령을 사랑하고,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아무리 어렵더라도, 대통령께선 가는
길을 멈춰선 안된다. 걸어가는 고독한 그 길에는 청사에 기록될 민족의 역사와
국민들의 뜨거운 눈빛이 함께 하고 있음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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