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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칼럼]100년의 역사가 병들고 있다

김정웅 2024. 4. 5. 10:11

정치 지도자들 ‘이기면 정의’ 주장 노골화
총선 정국, 해방 직후 혼란-후진성과 유사
유권자는 편가르는 싸움 말려들지 말아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철들면서 25세까지는 ‘내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었다. 
해방이 되었다. 내가 경험한 북한의 공산 정치는 모든 기대와 희망을 빼앗았다. 
진실과 정의는 물론이고 자유와 인간애까지 희생시키면서 살 수 없었다. 
‘나라다운 나라’에 살기 위해 탈북민이 되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6·25전쟁을 겪었다. 자유민주국가에서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찾아 누릴 수 
있는 조국을 위해 여생을 바치고 싶었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감당해야 하는 세 가지 사명이 있다. 

그 첫째는 문맹자가 없고 중등 교육까지는 나라가 책임지는 과제다. 우리는 그 
과정을 성공시켰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가는 교육적 책임을 성취했다. 

두 번째는 모든 국민이 직장을 찾아 일하고, 일할 수 없는 사람은 나라의 보호를 
받는 경제정책이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신생 국가나 후진 사회가 부러워할 정도의 
경제성장 가능성을 창출했다. 한강의 기적을 인정받을 정도가 되었다. 

셋째로 부과된 책임은 전 국민이 균형된 양질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의 
확립이다. 지난 몇 해 동안 그 의무를 달성하기 위해 방법과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시설과 기술이 선진국 수준이 되었다. 정부와 의료계가 지혜롭게 협력하여 
성공하기를 바란다. 지금은 나라다운 나라와 인간다운 삶의 기반을 끝내고, 
정치적으로도 법치 민주국가의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독재정치의 과정도 
있었고 군사정권의 기간도 뒤따랐으나 아시아를 대표하는 중견 국가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겪어야 할 역사적 과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 대학을 
비롯한 운동권 정치세력이 정계의 주도권을 차지하는 변화가 생겼다. 문재인 정부는 
그 세력과 뜻을 같이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밖으로는 국민 통합을 호소하면서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심지어는 ‘촛불 혁명’이라는 구호까지 삼가지 않았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국민 분열은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고, 경제정책과 
질서는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후퇴시켰다. 권력으로 국민 평등화를 호소하는 
정의관으로 ‘내로남불’의 모순을 현실화시켰다. 북한 동포에 대한 홀대와 세계가 
염원하는 인권의 희망까지 저버렸다.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을 의심케 했다.

지금은 휴머니즘의 장래를 위한 자유민주 정신의 위기를 느낄 정도로 이념을 위한 
정권욕에 몰입하는 민주당으로 전락하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는 그 잘못된 정책과 
방향을 반성하거나 수정하려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당 대표나 그 뒤에서 
폭력까지도 삼가지 않는 ‘개딸’들, 사회의 건전한 윤리와 정신적 질서를 역행하면서도 
우리가 다시 정권을 쟁취해야 한다는 지도자가 늘어나고 있다. 민주정치의 근본정신인 
대화와 협력을 배제하고 투쟁해서 이기면 그것이 정의가 되고 역사의 정도(正道)가 
된다는 집념과 주장을 노골화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전개되고 있는 현상을 객관적으로 평한다면 해방 직후의 정치적 

혼란과 후진성을 그대로 연출한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퇴락했다. 

정치계의 주역을 맡았다고 권력으로 법치 사회를 유린하고, 법조계 출신임을 이용해 

선한 민주 질서와 사회윤리까지 훼손시켜도 된다면 그 책임을 누가 감당하겠는가.

국민에게 주어진 선택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애국심이 국가의 새로운 장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 국민은 여야를 편 가르는 싸움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인간다운 

삶은 정부와 국민의 진실을 위하는 지혜와 정직을 목숨같이 여기는 정신적 가치의 

산물이다. 진실을 왜곡하고 범법까지 은폐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진실과 정의의 기반 위에서만 건설될 수 있다. 폐쇄적인 진보는 좌파가 될 수는 

있으나 선한 역사의 주인공은 아니다. 국민 모두에게 나와 같은 사람이 되어 달라고 

공언할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

정의와 자유는 더 많은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의무와 가치다. 
인간을 수단 삼거나 정치를 위한 제물로 여기는 지배자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 
공산주의와 같은 유일 절대의 이념주의자는 인간성 파괴와 인간다운 삶을 제물로 
삼는다. 북한의 동포들이 잘못된 정치 이념의 노예가 되지 않았는가. 인간애와 
인권을 배제하거나 거부하는 정치는 최악의 범죄가 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104세 노 교수의 나라사랑 하심에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