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예술 /외국 문화재

코르셋에 갇힌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

김정웅 2023. 7. 13. 08:33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가 그린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

 

우아한 흰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상체를 틀어 화면 밖 관객을 바라보고 서 있다. 
정성스럽게 땋은 긴 머리와 새틴 드레스는 화려한 은박 별들로 장식돼 있다.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가 그린 이 유명한 초상화 속 주인공은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부분·1865년·사진)다. ‘시시’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그는 
유럽 왕실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비로 손꼽힌다.

빈터할터는 독일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뛰어난 재능 덕에 장학금을 받아 뮌헨 

예술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프랑스 왕실의 궁정화가가 된 후 유럽 전역의 
왕족과 귀족들의 초상화를 주문 받으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 그림은 그의 경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60세 때 그린 것으로,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의뢰한 것이다. 28세의 아름다운 황후는 그 시대 패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화가 앞에 섰다. 머리와 옷을 장식한 별들은 
오스트리아의 국화인 에델바이스를 상징한다. 

독일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란 시시는 고작 열여섯 나이에 오스트리아로 시집 와 황후가 됐다. 
언니의 맞선 자리에 따라갔다가 황제가 어린 동생의 미모에 반해 청혼하면서 이루어진 
혼사였다. 시시는 엄격한 궁중 생활이 버거웠고, 연이은 출산과 첫아이의 죽음, 
시어머니와의 갈등 등으로 행복하지 않았다. 

 

미모 때문에 황후가 된 터라 평생 외모에 집착했다. 몇 시간씩 걸리는 긴 머리 손질과 

코르셋 졸라매기가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될 정도였다.

평생 19∼20인치의 가는 허리를 유지하기 위해 코르셋을 졸라맸을 황후. 아들의 자살 이후 
검은 드레스만 입었던 그는 60세에 스위스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코르셋 때문에 암살자의 칼이 몸을 찌르는 통증도 못 느낀 채 허망하게 죽어갔다. 
아름다웠지만 불행했던 시시는 화가의 붓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황후의 이미지로 역사에 남았다. 동시에 코르셋에 영원히 갇힌 
여인으로 화폭에 영원히 새겨졌다.


(출처: 동아일보,이은화의 미술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