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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너를 보니 /법정스님

김정웅 2023. 10. 8. 08:22

 

늙기가 얼마나 싫었으면 가슴을 
태우다 태우다 이렇게도 붉게 
멍이 들었는가.

​한창 푸르를 때는 늘 시퍼를 줄 
알았는데.
가을바람 소슬하니 하는 수 없이 
너도 옷을 갈아 입는구나.

붉은 옷 속 가슴에는 아직 푸른
마음이 미련으로 머물고 있겠지
나도 너처럼 늘 청춘일줄 
알았는데.

​나도 몰래 나를 데려간 세월이 
야속하다 여겨지네.

​세월따라 가다보니 육신은 
사위어 갔어도.

아직도 내 가슴은 이팔청춘 
붉은 단심인데.

​몸과 마음이 따로노니 
주책이라 할지도 몰라.

​그래도 너나 나나 잘 익은 지금이
제일 멋지지 아니한가.

​이왕 울긋불긋 색동옷을 갈아 
입었으니.

​온 산을 무대삼아 실컷 춤이라도 추려무나.

​신나게 추다보면 흰바위 푸른솔도
손뼉 치며 끼어 들겠지.

​기왕에 벌린 춤 미련 없이 
너를 불사르고 온 천지를 붉게 
활활 불 태워라.

​삭풍이 부는 겨울이 오기 전에

​- 법정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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