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낸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일이 어디에 있을꼬 울고 간다.”
세종(1397~1450)이 한글을 창제하지 않았다면 1490년대 함경도 변방에서 군관으로
일하던 남편이 부인에게 이런 편지를 부칠 수 있었을까. 문화재청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인 ‘나신걸 한글편지’(사진)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편지는 조선 초기 군관이었던 나신걸(1461~1524)이 부인 신창맹 씨에게 한글로
써 보낸 편지 글 2장이다. 편지는 2011년 대전 유성구 금고동에 있는 신 씨의
묘를 후손들이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관 속 신 씨의 머리맡에 편지가
여러 번 접힌 상태로 있었다. 편지를 넣은 보관함은 없었다.
아래, 위, 좌우 여백 없이 빼곡히 채워진 편지글에는 어머니와 자녀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이 없는 동안 가정을 잘 살펴 달라는 당부가 담겼다.
편지에 함경도의 옛 지명인 ‘영안도(永安道)’가 쓰인 점에 미뤄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하던 1490년대에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불과 약 45년이 지난 시점에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 지역의 하급 관리에게까지 한글이 널리 보급된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급 무관 남성인 나신걸이 유려하고 막힘없이 한글을 구사한 사실을 통해
한글이 여성 중심의 문자였다는 통념과 달리 조선 초기부터 남성도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높임말과 호칭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출퍼:동아일보)
'문화 . 예술 > 우리 문화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면으로 보는 이건희컬렉션, 변관식의 동양화 2점 (0) | 2023.01.12 |
---|---|
김기창 화백의 아내 '박래현' 화가의 작품 감상 (0) | 2023.01.07 |
미국에서 조선 말기 지성사 보여주는 '유교책판' 61점 환수 (0) | 2022.12.22 |
‘탈춤’, 韓 22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0) | 2022.12.01 |
'삼국유사'·'내방가사'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 목록 등재 (0) | 2022.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