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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 이채 시

김정웅 2022. 11. 28. 07:21

 

"아버지의 눈물"

-이채 -

 

남자로 태어나 한평생 
멋지게 살고 싶었다.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며
떳떳하게 정의롭게
사나이 답게 보란듯이 
살고 싶었다.

​남자보다 강한 것이 
아버지라 했던가
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왔던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살이더라

​오늘이 
어제와  같을지라도
내일이 오늘보다 
나으리란 희망으로
하루를 걸어온 길 끝에서
피곤한 밤손님을 비추는 달빛 아래
힘없이 걷는 발걸음 소리
쓴 소주잔을 기울이며
소주 보다 더 쓴 것이 인생이더라.

​변변한 옷 한 벌 없어도
번듯한 집 한 채 없어도
내 몸 같은 아내와 
금쪽 같은 자식을 위해
이 한 몸 던질 각오로 살아온 세월
애당초 사치스런 자존심을 
버린지 오래구나

​하늘을 보면 생각이 많고
땅을 보면 마음이 복잡한 것은
누가 건네준 짐도 아니건만

바위보다 무거운
무겁다 한들 내려 놓을 수도 없는
짐을 진 까닭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소리가 없고
소리가 없으니 목이 멜 수 밖에

​용기를 잃은 것도
열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건만
쉬운일 보다 어려운 일이 더 많아
살아가는 일은 버겁고
무엇하나 만만치 않아도
책임이라는 말로 인내를 배우고
도리라는 말로 노릇을 다 할뿐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눈물이 없으니 가슴으로 운다.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아버지는 고달프고 
고독한 사람 이라는 것을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 이기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약해서도 울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그래서 아버지는 혼자서 운다.
아무도 몰래 혼자서 운다.
하늘만 알고
아버지만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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