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눈이 녹으면...
김정웅
2023. 1. 19. 00:03
여선생님이 어린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눈이 녹으면 뭐가 될까요?"
"물이요. 물이요."
재잘거리던 꼬마들은 서로 질세라 기를쓰고
연신 떠들어 댔습니다.
"봄이 와요"
수줍음을 타는 한 꼬마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렇구나. 봄이 오는 거겠지?"
선생님은 너무 기뻐서 눈물까지 핑그르 돌았습니다.
'사실' 너머의 "현상"을 보는 그 어린 詩心이 너무
대견하고 고마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 꼬마는 틀림없이
詩人이 됐겠지요.
2월 4일이 "입춘"입니다.
절기를 알려주는 24개의 명칭 중에 이보다
더 반가운 게 있던가요?
한 달이 금새 가버리더라는 체감은
이미 지난 가을에 겪으셨지요?
금방 봄이 옵니다.
그러나 너무 기다리면 더디옵니다.
가슴 한 켠이 벌써 따뜻해져 오는군요.
(모셔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