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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의 한시 한 수] '여인의 유혹'

김정웅 2024. 2. 7. 00:04

 

[ 幷刀如水, 吳鹽勝雪, 纖指破新橙. 錦幄初溫, 

獸香不斷, 相對坐調笙. 低聲問, 向誰行宿? 

城上已三更, 馬滑霜濃, 不如休去, 直是少人行.]

 

물빛처럼 번뜩이는 병주(幷州) 과도, 
눈보다 고운 오 지방 소금, 
갓 익은 귤을 까는 섬섬옥수.
비단 장막 안은 이제 막 따스해지고, 

 

향로에선 쉼 없이 향훈이 번지는데, 
마주 앉아 여인은 생황(笙簧)을 연주한다.
낮은 목소리로 묻는 말. 
“오늘 밤 어느 곳에서 묵으실는지? 

 

성안은 이미 야심한 삼경, 
서릿발에 말이 미끄러질 터니, 
차라리 쉬었다 가시는 게 좋겠어요. 
길엔 나다니는 사람도 드물답니다.”

―‘소년유(少年遊)’ 주방언(周邦彦·1056∼1121)

(출처:동아일보)